번역 노동을 대하는 태도: 매절 + 1퍼센트의 인세 그리고…

April 29, 2011 by 김홍식   코멘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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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이슈

공개수준 : 누구나

 

번역자의 노동을 대하는 일부 출판업계의 반응을 음미해보면서 번역 노동에 열중하는 다른 분들과 공유해보고자 한다. 지난해 계약을 하여 5월 1일에 원고를 납품한 일이 있었다. 애초에 나는 원고지 200자 당 매절 원고료 4000원(그리고 원고 납품 후 1달 후 지급)을 희망했는데, 그 출판사는 회사 사정상 다음과 같이 좀 복잡한 조건을 원한다고 했다. 

  1. 출판사 사장이 매절 단가 4000원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거부 반응이 심해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확보하는 방편으로 매절 단가 3500원에 더하여 1% 인세를 지급한다.
  2. 출판사의 ‘원칙’은 번역서가 출판된 뒤에 매절 원고료를 지급하는 것이지만, 절충을 위해 매절 원고료의 80%는 원고를 납품하고 한 달 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출간일 익월 말일에 지급하나 완전 원고 인도일 기준으로 3개월을 넘기지 않는다.”

이처럼 복잡한 지급 조건을 제시하는 곳은 처음이라서 망설이다가 결국 계약을 체결했다. 완성 원고는 5월 1일에 납품했다. 이 일은 결국 어떻게 진행됐을까?

  1. 매절 원고료의 80%: 완전 원고를 인도한 달(즉 5월)의 익월 말일 이전인 7월 중에 지급됐던 걸로 기억난다. 
  2. 매절 원고료의 나머지 20%: 아무 소식 없이 세월만 가다가 그 출판사와 다음 번역서 계약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일 시기인 추석 직전에 지급이 되었다. 물론 새로운 협상에 임하여, 명확하지 않고 이행도 지지부진한 이전 계약조건에 대한 나의 불만을 제기했고, 아마도 이 때문에 매절 원고료 중 잔여 20%를 지급해준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책의 출판과 인세 지급은 어떻게 되었을까?
  3. 1% 인세의 지급: 사정은 간단하다. 원고를 인고하고 편집자에게 듣기로는 그해 9월에 편집에 들어간다고 하면서 그때 궁금한 사항을 문의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아무런 문의도 없다. 결국 출판을 안 했으니 인세를 지급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끝.

이와 같이 전개된 사안을 어떻게 음미하는 것이 좋을까? 원고가 납품되고 출판이 지연되는 경우는 다반사다. 이러한 관행에 비추어보면 출판이 지연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하지만 작업 초기 겉으로 보기에 조건만 복잡할 뿐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는 이 사안의 배후에 대해 반드시 읽어야만 할 진실이 있다. 이왕 번호를 달아 보고체를 쓴 김에 계속 번호를 달면서 써보자.

  1. 일정 기간에 대한 노동의 보상 조건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계약을 체결한 지난해 2월 22일부터 매절 원고료 잔여분 20%을 지급하기(추석 직전 9월말로 기억남) 전까지 약 7개월 동안 나의 노동 단가는 200자 원고지 장 당 3500×0.8=2800원으로 평가됐다는 사실이다.
  2. 9월말이 되어 매절 잔여분 20% 지급이 ‘사고 없이’  이행됐음을 확인했을 때에야 매절 단가 3500원이 방어된 셈이다.
  3. 아직까지 출판을 진행하고 있지 않으니 1% 인세는 아무 실효도 없는 보상 조건인 채로 시간만 가고 있다.

7개월이면 1년 중 절반이 넘는 시간이다. 결국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계약 조건은 ‘7개월 동안 실질적으로’ 원고지 장당 2800원을 의미했다. 그 시간 동안 원고지 장당 2800원을 실행하기 위한 수사적 표현 중에는 저런 것도 있다는 사실이 바로 우리가 알아야 할 의미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일을 하면 노동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또 받게 마련이다. 위에서 말한 금전적 보상 외에도 개인의 노동에는 다른 의미가 더 있다. 그것은 내가 참여하는 노동의 결실을 최종적으로 누리는 수혜자로부터 ‘당신의 노동을 맛 보았소. 맛이 어떻더이다’는 반응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것에는 개인의 노동을 사회적으로 인정해준다는 함축이 들어있다. 번역 노동의 경우는 노동의 최종적 수혜자가 독자들이고, 독자들로부터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것이 금전적 보상 못지않게 중요하다. 위 사안의 경우, 금전적 보상과 노동의 사회적 인정 두 가지 측면에서 볼 때, ‘7개월 동안, 장당 2800원’ 그리고 ‘사회적 인정, 제로’라는 게 내가 얻은 성과다.

다른 사례는 또 다음 기회에 공유하기로 하자. 다른 여러 회원분들의 개인적 경험이 이같은 공론의 장에서 공유되기를 희망한다. 음지일수록 햇살을 비추어야 초록 생명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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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다섯 개 누르려다가 실수로 한 개만 찍혔네요.. --;;

너무나도 공감가는 글 잘 봤습니다.

자칭 타칭 문화의 첨병이라는 출판계가 알고 보면 악덕스러운 환경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요.

참으로 통탄할 노릇입니다.. 

 

오공훈 388일전

번역료를 4000원으로 계약을 해주는 척 하면서 3500원으로 깎고 그걸 또 2800원으로 깎고... 참 교묘한 수법이군요. 4000원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그 출판사 사장... 참 특이한 체질이군요. 투명하게 경영하지 않는 출판사하고는 기본적으로 인세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sam 388일전

8년 넘게 거래하던 출판사에서 뜬금없이 매절 + 인세 방식을 제안하더군요. 매절 2000원(!)에 인세 2프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더구나 오랫동안 거래해온 곳이라 충격이 더 컸습니다. 안 팔릴 게 뻔할 뻔자였던 책이었죠. 아, 이게 이 바닥 현실이구나. 의리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는 곳이구나. 그걸 깨달았습니다

오즈 388일전

답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컨트라베이스 사이트에 더 많은 번역가 회원들이 가입해서 더 많은 개인적 경험을 공론장에 올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프리랜서라지만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나마 <연대의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프랑스의 앙테르미탕 같은 사회보험이 번역자들에게 마련되기는 요원하지만, 이 바닥의 노동 현실이 어떻고 각자가 어떠한 전선에서 맞서고 있는지 여러 회원들이 인지할수록 그러한 연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이나 아이디어가 하나둘씩 나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봅니다. ^^

김홍식 388일전

앗 저도 별을 다섯 개 누르려다 실수로 네 개가 찍혔네요... 더구나 전화기로 처음 해봐서;;;;;
공감 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회사에서 저렇게 나올 때 중간에서 노동자 입장도 참 난처하겠다는 생각에 긴장도 되고요.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과 사람을 몇 개의 용어와 숫자로 서로 인질처럼 얽어매는 관료제;)
교묘한 계산법뿐 아니라 정말 이후의 사회적 인정, '완성해 넘긴' 노동에 대한 완결된 평가가 없을 때의 허탈함에 더욱 공감합니다.
계산법은 (권리 보장을 위해 추가로 더 준다는 영역에 관해서가 아니라면) 복잡하게 할 것 없이, 차라리 같은 상황이라면 "우리 출판사가 돈이 없어서 이 이상은 어렵다 그래도 하시겠느냐, 죄송하다"고 하는 것이 그나마 정직할 것 같습니다. 편집자도 그렇지만 회사마다 연봉이 차이가 나도, 그만큼 내가 일하기 어떤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고 책도 내가 신이 나는 분야와 내용인지, 이런 것으로 다른 보상을 받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물론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와 같은 책에서도 느끼지만(이 책을 만들었을 노동자들을 포함해) '그런 논리가 아무렇지 않게 활용되는 현실의 악' 또한 경계해야 하기에... 최저임금이나 최저생계비를 정하듯 최소한의 마지노선? 가이드라인? 그런 것은 있어야 하겠고요.
이렇게 고민과 고발과 공감이 쌓여 점점 더 구체적인 목소리와 대안을 향할 수 있게 함께해요...
(아, 출판 외주자(프리랜서) 실태조사는 웹설문은 마감됐고 윕자보에서 파일 받아 작성해 멜주시는 건 5월 7일까지 합니다~~) :)

gsaram 384일전

저도 첫 번째 번역서 계약을 매절 + 인세로 했어요. 원고 넘기고 6개월 후던가 더 이후였던가 매절 번역료는 받았지만,

책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출판 보류 상태고,,,,,,

멋모르는 초보라서 그 의미 따윈 생각도 못했죠. 인세는 어쩌고 간에 출간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어요.ㅠ.ㅠ

김학영 347일전